보령에서, 바다가 건네준 저녁 인사(대천해수욕장)
퇴근 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익숙한 책상, 반복되는 회의, 지친 눈빛들. 그 일상에서 도망치듯 가방을 챙겼다. 차에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에 ‘보령’을 입력한 순간부터, 이 여행은 시작되었다. 보령에 도착한 건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4월의 해는 쉽게 지지 않았다. 서해안의 해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붉게 타올랐다.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노을은 말없이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분홍빛과 주황빛이 뒤섞인 하늘, 그 아래 조용히 넘실거리는 파도. 마치 “수고했어”라고, 바다가 나를 안아주는 듯했다. 그날 저녁, 조개구이집으로 향했다. 테이블 위엔 활짝 열린 조개껍데기들이 즐비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풍경, 입안 가득 퍼지는 바..
2025.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