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지

보령에서, 바다가 건네준 저녁 인사(대천해수욕장)

by 느린나무늘보 2025. 5. 3.
반응형

퇴근 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익숙한 책상, 반복되는 회의, 지친 눈빛들. 그 일상에서 도망치듯 가방을 챙겼다. 차에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에 ‘보령’을 입력한 순간부터, 이 여행은 시작되었다.

 

 

보령에 도착한 건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4월의 해는 쉽게 지지 않았다. 서해안의 해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붉게 타올랐다.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참 신기하다. 대천 해수욕장은 서해안 특유의 짠내가 나지 않아 좋다.

 

 

노을은 말없이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분홍빛과 주황빛이 뒤섞인 하늘, 그 아래 조용히 넘실거리는 파도. 마치 “수고했어”라고, 바다가 나를 안아주는 듯했다.

01
어둑어둑해지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대천해수욕장

 

 

그날 저녁, 조개구이집으로 향했다. 테이블 위엔 활짝 열린 조개껍데기들이 즐비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풍경,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맛.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저녁이었다. 조개구이 하나하나에, 오늘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말없이 껍질을 까고, 바다의 맛을 음미하는 그 순간이 왠지 모르게 벅차도록 고마웠다.

대천 해수욕장 갈 때마나 들 가는 조개구이 집 '1987루프탑라운지 클램'

 

 

작지만 따뜻한 공간이었다. 침대에 앉아, 조용히 오늘의 사진을 넘겼다. 노을, 조개, 바다, 그리고 나. 그 모든 장면에, 조금은 여유로워진 내 얼굴이 담겨 있었다.

내가 머문 숙소 ‘쏠레르’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보령의 바람은 아직도 내 어깨 위에 살포시 앉아 있다. 문득 숨이 가빠지는 어느 날엔, 그 바다를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감아볼 것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