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하루는 늘 빠르다.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깜빡하고 숨을 참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어버린다.
5월 9일, 그 숨을 잠시 놓아버리기 위해 우리는 공주로 향했다. 비가 많이 내렸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을 볼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공주산림휴양마을(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11)에서 1달 전에 예약을 했고, 그동안 못나눴던 이야기를 나누기에 너무나 적합한 장소였다.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숲은 더 깊었다. 잎사귀 하나하나가 물기를 머금고 반짝였고, 그 사이사이로 피어오른 흙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도심에선 느낄 수 없던, 살아있는 공기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일락산’이라는 이름의 6인실 창밖으론 온통 푸르름뿐이었고, 작은 테라스 뒤로는 숲이 조용히 우리를 감싸 안았다.
짐을 풀자마자, 우린 그릴과 버너를 꺼냈다. 비가 오는 밤, 불꽃은 더 선명하게 일렁였고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에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고기가 익어갈수록, 웃음도 더 짙어졌다. 불 앞에 둘러앉아,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한 잔 술에 묻어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 순간엔 누구도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 오직 숲과 불과 우리뿐이었다.
밤은 깊어졌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워졌다. 숙소로 돌아와 이불 속에 들어가서도 서로의 숨결과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비는 여전히 창밖을 두드렸지만, 그 소리마저 자장가처럼 들렸다. 다음 날 아침, 숲은 더 푸르러 있었다. 젖은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조심스레 내려앉았고, 그 사이를 걷는 우리 발걸음엔 어제보다 여유가 묻어났다.
잠깐의 여행이었지만, 그 안엔 분명히 쉼이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스쳐 지나간 순간들. 불 앞에서 웃던 친구의 얼굴, 비를 맞으며 고기를 뒤집던 손길, 나무 사이로 불어오던 공기, 그 모든 것이 조용히 마음속에 남았다. 공주의 숲은 말이 없었지만, 우리를 조용히 안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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